영어만 잘하면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다며
밤낮으로 영어 공부만 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뜻을 이뤘습니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와 미국 사람 뺨칠 만큼
매끄러운 발음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영어 솜씨를 발휘할 기회가 왔습니다.
외국 손님을 모시고 경복궁에 가게 된 것입니다.
외국인은 그의 단어 실력과 발음에 감탄하면서
한국의 문화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간단한 질문들이야 쉽게 받아넘겼지만
질문이 거듭되면서 젊은이의 답은 궁해졌습니다.
대부분은 우리말로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이 얼굴엔 부끄러운 표정이 역력했고
왹국인의 낯에는 실망의 빛이 그득했습니다.
외국인은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저만치 떨어져 걷고 있던 다른 관광객들
무리 속으로 끼어들었습니다.

그 무리 가운데에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궁궐 구석구석에 스민
속 깊은 사연을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서툰 영어였지만, 부실한 발음이었지만
모여 선 관광객들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습니다.
제 나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넘치는 사람에게 보내는
존경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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