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운동장.
학교는 이제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바닷가의 작은 시골 초등학교지만
졸업식은 졸업식이라
종일토록 부산했지요.
모두 퇴근을 하셔서
교무실도 적막하기 그지없는데
머리가 하얀 선생님 한 분만이
책상을 지키고 앉아 계십니다.
이제 몇 해만 있으면
교단을 떠나는 박 선생님.
졸업식 뒤의 선생님들 마음은
결혼식이 끝난 뒤의
신부 부모 마음과 같다지요.
대견함, 흐뭇함, 허전함, 섭섭함......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미묘한 기분.
박선생님은 지금 그 기분을
천천히 즐기고 계십니다.
공부를 잘 하는 녀석도 아니고
잘사는 집 아이도 아니고
칭찬받던 아이도 아닌 석진이가
놓고 간 선물 꾸러미를
오래오래 쓰다듬고 계십니다.
누런 종이에 색연필로 삐뚤빼뚤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쓰인
멸치 한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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